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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녹지과]곶감의 본향 상주, 대한민국 최고 곶감만들기에 총력2(곶감 건조 모습).JPG

 

  감철이다. 농가마다 감을 따고 깎고 달아 곶감을 만드느라 바쁜 철이다. 상주에서 감철이면  미용실이나 식당도 비수기에 들어가고 심지어 병원조차 텅텅 빈다고들 한다. 다른 지역에서 들으면 정말일까 싶겠지만, 입원했던 사람들까지 나가서 일을 거들 정도로 심각한 인력난을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곶감 농가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외국인들이 들어와 일손을 거들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2017년부터 농어업 지역에 90일 기한으로 외국인을 단기 고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이다. 지자체에서 수요를 조사해 신청을 하면 한 농가에 4명까지 배정해준다. 이 제도를 통해 2018년 올 한해 한국으로 들어온 단기 외국인 인력은 약 6600명 정도이다.

 

  그런데 이번에 감 깎으러 상주에 들어온 외국인이 3천 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관광버스 10대가 들어오는 것을 봤다는 분도 있다. 아는 곶감 농가에 물어보았다. “우리 집에도 어째 어째 들어왔어. 열댓 명 들어와서 일을 하는데 아주 잘하네. 인건비도 그렇고 일도 잘하고. 동네마다 다 들어왔어.” 라고 말하신다. 어떤 집은 인력난이 해소되어 감박피기를 더 사고 건조장도 더 만들어 곶감생산량을 늘였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단기로 들어와 일을 해주니 농가사정만 나아진 게 아니다. 그동안 정에 이끌려 또는 바쁜 이웃을 외면할 수 없어 마지못해 감철마다 일을 거들던 사람들은 한시름 덜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계절노동자의 유입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마음이다. 어째 저째 들어온 그 경로가 불법이라는 것을 다들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일손 부족을 해결하고 생산단가를 낮추려는 농가의 자연스러운 의도가 불법으로 이어진 것이다. 일손을 덜어주는 이렇다할 정책이 없고 인구는 줄어들고 있으니 농가로서는 궁여지책으로 외국인 단기 고용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사회는 빠르게 변하는데 거기에 맞는 법제도가 미처 마련되지 못하는 지체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외국인 인력을 활용해 곶감생산을 늘이고 나면 판로가 걱정이다. 수출을 해도 대농(곶감 업체라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위주로 될 것이고 내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한다. 소셜커머스 등에서 상주곶감이 원가밖에 안되는 낮은 가격으로 팔리는 경우도 많다. 시장 규모에 맞게 생산을 조절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자체의 대응은 늦어도 한참 늦다. 특히 불법으로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 인력에 대해서는 무대응, 무정책이다. 공무원도 노동자로서 일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곶감 수출하랴 홍보하랴 바쁠 것이다. 그러나 웬만한 농가마다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 계절노동자에 대해서는 급히 관심을 가지고 실태 파악과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할 일이다. 늑장을 부리다가는 곶감을 파는 데만 열성이고 곶감 생산과정이나 인권에는 관심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먹거리는 영양덩어리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쌀 한 톨이라도 그냥 흘려버리지 않았던 것은 그 한 톨의 쌀에 햇살과 바람과 새와 풀벌레의 드나듦이 있고, 무엇보다 농민의 애정과 노력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먹거리를 둘러싼 생산과정과 먹거리가 매개하는 사회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 소위 “개념있는 소비자”들의 생각이다.

 

  나는 상주의 곶감이 참 좋다. 어릴 적부터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 주시던 곶감을 잊히 못한다. 침을 삼키는 손녀를 위해 덜마른 곶감을 아낌없이 내어주시던 생각을 하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또 감말랭이며, 말린 감껍질, 이불 덮어서 삭힌 감도 참 맛있었다. 그런 곶감을 이제 외국인들까지 와서 만들어 주니 고맙다. 누가 만들어도 상주곶감은 달고 맛날 것 같다.

 

  다만 누군가의 피눈물로 만든 곶감은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머나먼 타국에 와서 눈물어린 곶감을 만들게 두어서는 안되며, 곶감농가도 떳떳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할 것이다. 일손이 부족한 농가의 입장과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곶감의 공급과 수요를 잘 조절하고 관리할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럴 때 상주곶감은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모두 행복함을 느끼는 그런 먹거리로서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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