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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만세 운동 100주년을 맞아 딸과 함께 영화 유관순을 보러 갔다. 아이는 어느새 유관순을 자기 역할 모델로 삼은 것 같다. 아이는 문득 엄마, 유관순이 만세운동을 시작한 게 열여섯 살이었대.” 라고 말하거나 우리는 개구리가 아니다.”하고 영화에서 본 옥중 항거 장면을 따라 하기도 했다. 나는 유관순의 옥중 동지인 기생 김향화에게 관심이 갔다. 실존 인물인 김향화는 극중에서 이런 말을 한다. ‘기생이 본시 천한 신분이나 사람대접은 받았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기생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성적 노리개로만 본다.’ 하고.

일제강점기가 끝난 지 오래되었지만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풍토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유엔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노인과 친구로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에 따르면 전방에서 두 달 정도 복무하면 한 달 정도는 일본에 가서 유흥을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일본 정부가 패망 후 재건을 위해 정책적으로 여성의 성을 이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국내에 주둔하는 미군을 위해, 혹은 소위 산업역군을 대상으로, 또는 기생관광을 오는 외국인을 위해, 정부가 암묵적으로 향락산업 또는 성산업을 부추겨왔음을 밝히는 논문이 많다.

일제강점기, 미군정기와 미군 주둔, 개발주의 산업화시기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반성 없이 성 상품화를 방조한 영향일까? 성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가진 성인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나는 언젠가 남자직원들이 노래방에서 성매매한 경험을 떠벌리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겉보기에 멀쩡한 ()직원들끼리 노래방에 갔고, ‘도우미로 부른 여성에게 성적인 행위를 요구할 때마다 현금을 줬더니 금세 백만 원을 벌어 가더라 하며, “여자들은 돈 벌기 쉬워서 좋겠다.”고 말했다. 듣다 못한 나는 누가 당신에게 백만 원을 줄 테니 시키는 대로 하라고 말하면 할 거냐?” 하고 참교육을 했다. 그들은 나를 사나운 페미니스트로 낙인찍고 경계하면서도 사무실에서 일삼아 ‘2자랑을 하곤 했다. 이런 사람들의 정신은 100년 전 우리나라 기생을 괴롭히던 일본인들과 다를 바 없는 거 같다.

소위 아재뿐 아니라 청년들도 성차별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최근 한 공동연구에 참여하면서 남자대학생의 섹슈얼리티를 탐구할 기회가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평범한 20대 대학생들에게서 성차별적이고 이중적인 성규범이 중심현상으로 나타났다. 연구대상자 중 성매매에 가담하고 찬성한 이들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데 별 가책을 느끼지 않았으며, 남성의 성욕은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는 낡은 신념을 재현했다. 심지어 성을 사는 자신은 떳떳하고 성을 파는 상대는 더럽게 여겨진다는 이중적인 도덕 잣대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조사한 대학생들의 경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시절 음란동영상을 보면서 시작되었다. 일부의 학생들은 음란동영상에 거부감을 느끼고 이후에는 음란물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음란물을 본 직후부터 여성을 성적 대상(또는 신체의 일부)으로 보기 시작했으며 어떤 경우 음란물에서 본 것을 따라했던 사례까지 나타났다. 또 또래들 사이에서는 음란물에 대해 많이 알수록 남성성을 인정받았다. 성차별적 성문화는 남자 중고등학교에서 강화되었고 특히 군대에서 더욱 심했다. 아쉽게도 이를 바로 잡을 만한 효과적인 성교육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린이들도 쉽게 음란물에 노출된다. 요즘은 유투브(youtube) 사이트에 동영상을 올리고 구독자수를 늘리는 데 흥미를 느끼는 초등학생들이 상당히 많다. 문제는 유투브 사이트에서는 웬만한 동영상을 여과 없이 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빅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점점 더 자극적이고 심화된 동영상을 스스로 찾아 추천하기까지 한다. 따라서 한 번 음란물에 노출되면 점점 더 자극적인 음란물 리스트의 유혹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데 어린 나이에 음란물에 노출되면 충격을 받게 되고 올바른 성인식을 가지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포르노물이 이론이라면 강간은 실제다.” 미국의 대표적 페미니스트인 로빈 모건의 말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일찍이 포르노물에서 여자들이 비하당하고 있으며 그 이미지 또한 여자들에 반하는 폭력을 낳는다.’고 주장해왔다. 음란물을 보고 실제로 따라하는 일이 발생하고 그것이 성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음란물이 대부분 불법적으로 촬영되거나 유통되는 것으로서 피해자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것이다.

음란물의 해악이 심각한데도 현실에서는 별 문제 의식 없이 쉽게 영상을 공유하며, 뭔가 좋은 것이라도 나누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 또 노래방이나 주점에서 접대 요구하기, 단톡방에서 여성비하 발언 나누기와 같은 구태도 여전하다. 방씨 일가, 정준영, 김학의, 버닝썬 사건 등 최근 공분을 사고 있는 사건들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중적 성규범과 성차별적 문화를 돌아보아야 한다. 상대를 성적 대상화하지 않는 것, 그다지 어렵지 않다. 상대도 자신과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라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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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는혜란 2019.03.31 03:06
    좋은 글 고맙습니다^^
    나와 같은 인격체임을 나와 같이 존중받아야 함을 알고 더 많은 (성)폭력들이 줄어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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