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열 칼럼
2018.04.08 18:12

올해는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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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할까요?

 

김정열(상주시 여성농민회 교육부장)

 

농촌에서는 “정월대보름이 다가오면 문고리 잡고 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봉강마을에서도 일철이 다가오면 농담반, 진담반으로 웃으며 이 말을 하곤 합니다. 그만큼 일철이 다가오는 것이 겁이 난다는 이야기이지요. 몇 십년을 지어온 농사지만 해마다 농사철이 다가오는 것은 갈수록 두려워집니다.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할지? 또 일은 어떨게 해 나갈지 ? 희망보다 걱정이 앞섭니다.

 

이웃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은척, 괜찮은척,무심한 척 “올해 뭘 좀 해 보지?” 물어 봅니다. 이웃인들 무슨 답이 있겠습니까만 그렇게 의논이라도 해 보면 조금이라도 희망이 생기는것 같아서요. 이거 해 볼까? 저거 해 볼까? 처음에는 신나게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농사꾼에게 농사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는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더구나 미래의 꿈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자기가 영농교육에서 들었던 정보, 아는 사람한테 들었던 이야기, 지난 농사 경험, 이웃에서 돈 좀 벌었다던 농사 이야기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듭니다.

 

그러나 그것도 금방 김빠진 맥주처럼 이야기가 심드렁해지고 재미없어집니다. 이거 심자니 고라니나 멧돼지 등 들짐승 때문에 어렵고, 저거 하자니 생산비도 못 빼고 똥값으로 처분해야 할 것 같고, 어디 팔아준다는데가 있어서 해 보자니 손이 많이가 혼자 할 엄두는 안 나고 그렇다고 일꾼 구할 자신도 없고...마땅히 무엇을 심어야 할지 답은 안 나오고 가슴만 답답해집니다.

 

정부에서는 [쌀 생산조정제] 라고 하여 쌀을 재배하는 논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면적당 지원금을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농사 안 짓는 일반 국민들도 농민들에게 말합니다. 쌀값 폭락이라고 말하지 말고 쌀농사 짓지 말라고요.

참...

마음이 아픈 이야기입니다. 평생 쌀농사만 지어온 농민들한테 쌀농사를 짓지 말라는 말이 얼마나 가슴아픈 이야기인지 그들이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평생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 하라는 이야기보다 더 모진 이야기입니다. 해마다 쌀이 나오는 논을 돌보고 손보고 어디 내 손이 하나 닿지 않은곳이 없는 논입니다. 가문 5~6월에는 아기같이 연약한 모가 마를까봐 밤새워 물을 대도 논으로 들어가는 물길만 보면 피곤한 줄 모르는 사람이 농부입니다. 농사지은 내 쌀로 밥을 해 자식들이 먹는걸보면 또 얼마나 뿌듯한데요. 그 농사를 치우라고 하니 착잡하지요. 그리고 논에 콩이나 팥을 심는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공장생산라인을 바꾸듯 그렇게 바꿀 수 있는게 아니지요. 나락은 물을 좋아하는 작물이고 콩이나 팥은 물을 싫어하는 작물이니 땅을 그렇게 바꾸어야합니다. 물을 빼고 마른 땅이 되게요. 그렇게 힘들게 바꾸어서 농사지은 콩팥은 또 돈이 될까요?

 

우리 국민의 주식이 쌀이니 쌀만큼은 자급해야 한다고, 미래 통일을 위해서 남북한 7천만 국민이 먹을 쌀농사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이제 하지도 않겠습니다. 정부 귀에는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밖에 안 들릴테니까요.

 

아직 농민들이야 갈피를 잡고 있던 못 잡고 있던 봄바람이 붑니다. 땅이 부풀어 오릅니다. 다시 씨앗을 뿌려야 할 때입니다. 그 봄바람에 그 땅기운에 다시 손목에 힘이 갑니다. 씨를 뿌리기 위해 땅을 갈아엎을 용기가 납니다.돈이 되든 안 되든 팔 수 있던 없던 다시 올 농사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오직 봄만이 농부의 가슴을 벌렁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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