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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집 The Biggest House in the World」

 (레오 리오니 글·그림, 이명희 옮김, 도서출판 마루벌)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백화점 매장 거울에서 비춰본 내 모습이 꽤 괜찮아서, 게다가 지름신까지 강림하시어 옷을 샀는데 집에 와서 다시 입고 우리집 거울로 보니 아까 그 날씬한 사람은 어디가고 다른 사람이 보이던 경험. 알고 보니 매장에 있는 거울은 본래 모습보다 날씬하게 보이게 해주는 날씬 거울. 그때 느끼는 왠지 모를 배신감과 당혹감이란. 쩝. 우리는 굳이 백화점 매장의 날씬 거울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보통거울에 비춰진 내 모습을 보면서도 현실의 나와는 다른 내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더 예쁜 내 모습. 더 멋있는 내 모습. 더 나아 보이는 내 모습. 여기 소개할 작고 어린 달팽이도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을 지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네요.

 

싱싱한 양배추 잎에 한 무리의 달팽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더 연한 잎을 먹으러 이 잎에서 저 잎으로 아주 천천히 옮겨 다니며 살아가지요. 어느 날, 어린 달팽이가 그 무리에서 가장 현명하다는 아빠 달팽이에게 이렇게 말해요. “나는 이 다음에 크면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을 지을 거예요.” 아빠 달팽이가 말하지요. “그건 어리석은 일이다. 세상에는 작을수록 좋은 것도 있단다. 집은 작고 가벼워야 다니기 쉬워.” 그러면서 이야기 하나를 들려줍니다.

 

아주 옛날, 어린 달팽이처럼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을 짓고 싶어 했던 꼬마 달팽이 이야기입니다. 어린 달팽이와 같은 생각을 한 꼬마 달팽이는 이리 저리 꿈틀거리고 빙빙 돌려 마침내 집을 크게 짓는 방법을 알아냈지요. 꼬마의 집은 매일 매일 자라났어요. 다른 달팽이들은 꼬마 달팽이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정말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이구나!” 살짝 으쓱해졌을 꼬마 달팽이는 자신의 집에 만족하지 못하고 집을 키웠어요. 매일 매일 더 크게. 집을 키우기만 하는 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온갖 방법을 써서 집에 큰 뿔이 자라나게 하기도 했지요. 또 있는 힘을 다해 비틀어 짜고 밀어내서 아주 화려한 색과 멋진 무늬도 만들어 냈어요. 꼬마 달팽이의 주변을 지나던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어요. “저것 좀 봐! 성당인가 봐!” “아니야, 서커스야!” 다른 곤충들은 그게 달팽이 집이라고 생각도 못할 만큼 꼬마 달팽이의 집은 점점 희귀한 모습으로 변했지요. 꼬마달팽이는 이만하면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집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럽고 행복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문제가 발생합니다. 작은 문제가 아닌 아주 큰 문제. 다른 달팽이들은 시든 양배추에서 싱싱한 양배추로 천천히 옮겨가기 시작하는데 꼬마 달팽이는 어땠을까요? 집이 너무 무거워 꼼짝도 할 수 없었어요.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어진 곳에서 꼬마 달팽이는 혼자 남겨집니다. 그리고 서서히 기운이 없어지다가 마침내 사라지게 됩니다. 큰 집만 덩그러니 남은 채.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크고 화려했던 그 집도 조금씩 금이 가고 부서지더니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됩니다.

 

빠가 들려주신 꼬마달팽이 이야기를 다 듣고 어린달팽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어린 달팽이는 눈물을 살짝 글썽이며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작은 집을 지어서 이 다음에 내가 가고 싶은 곳, 이 세상 어디든지 마음대로 다닐 거야!”    

 

세상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집을 지은 꼬마달팽이가 느꼈을 행복감.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이동성에 집중해서 집을 지은 어린달팽이가 느꼈을 행복감. 두 달팽이는 모두 행복감을 느꼈지만 그 행복의 성질은 분명히 달랐습니다. 둘 다 성장을 목표로 집을 지었지만 그 결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자기성장을 이야기 하는 미국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 Carl Rogers는 이런 주장을 합니다. 인간의 목표는 자아실현이고, 자아실현은 인간의 본래적인 것이다. 우리 인간은 본질적으로 모두 자기성장과 자기발달을 하려는 경향이 있고 그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제적 자기 real self와는 다른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이상적 자기 ideal self를 설정하는데, 로저스는 실제적 자기와 이상적 자기 간의 관계를 강조합니다. 실제적 자기와 이상적 자기 간에 차이가 클수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상적 자기와 자신을 병적으로 동일시하게 되면 결국 실제 자기는 소외되어 자기 자신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과정이 반복될수록 결국 본래의 자기를 잃게 된다고 로저스는 설명합니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일수록 자신과 환경을 그대로 인식하고 실제 자아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자유롭게 자아실현을 추구합니다. 자신의 실제를 너무 과하게 축소시키거나 과장하지 않습니다. 겸손도 자존감도 여기에서 출발하지요. 내 일상의 경험을 건강하게 인식하고 순간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갑니다. 오늘, 지금의 충만함을 기억하며 레오 리오니 그림책 시리즈를 마치려고 합니다.

더 풍부한 이야기로 여러분과 마음을 나누고 싶은 느림보 달팽이 드림.

 

이연주 (그림책심리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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