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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 부부가 심각하게 다투는 자리에 민망하게도 함께 있게 되었다. 친구와 남편은 둘 다 맞벌이 부부로 살았다. 친구가 먼저 은퇴를 했고 남편은 얼마 전에 은퇴했다. 두 사람은 드물게 다정한 부부여서 여러 사람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남편이 은퇴하자 둘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친구는 남편이 직장을 그만 두면 함께 일상생활을 즐거이 나누어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같이 밥해먹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거실에서 차를 나누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남편도 늘 그렇게 하자고 기꺼이 동의했다. 그런데 막상 퇴직한 남편은 밥을 하는 대신 외식을 하자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집 놔두고 밥 먹으로 식당을 전전하는 것도 우습고, 믿고 먹을만한 음식도 드물었다. 그러다보니 밥은 거의 친구가 하게 되고, 장 봐서 세끼 밥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갔다.

 

“그게 뭔 짓이냐?”  

 

친구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같이 돈 벌고 은퇴해서 한가하고도 즐거운 노년을 기대했는데, 은퇴는 남편만 하고 자기는 일년 열두달 하루 세끼 은퇴 없는 현역으로 계속 살아야 하는 일에 대해 진저리가 난다고 했다. 칠십, 팔십이 되어서도 그렇게 살 걸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며 남편의 이기심이 이해가 안된다고 분개했다. 밥하는 일을 쌀 씻어 압력밥솥에 넣고 전기코드를 꼽으면 끝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한심하고, 한끼 밥이 어떤 수고로움을 거쳐 만들어지는 지에 대한 어떤 개념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무신경에 분노가 치솟는다는 것이다.

 

친구의 말에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남편이 변명처럼 한 말이 평생 안하던 일을 이제와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남자들을 위한 요리강습에도 다녀보고 나름 부엌일을 하려고 노력도 해 봤지만 그게 일상의 삶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말이었다.

 

친구 남편의 말에 공감이 갔다. 그건 내 이야기기도 했다. 평생 이상주의와 관념에 사로잡혀, 일상은 위대한 일을 하는 데 발목이나 잡는 지겨운 일로 생각하며 살아왔으니 말이다. 오십대에 맞이한 절망은 잘못 살아온 삶에 대한 당연한 대가였을 것이다. 일상을 부정한 건 사실 삶을 부정한 거였다. 삶은 구체적인 몸으로 사는 거지 허공에 뜬 관념으로 사는 건 아니었다.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 자신이 없어 허공에서 헤맸는지도 모른다. 그런 자신에 대해 회의하면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성스럽게 살려고 노력한 세월이 벌써 십여년이 지났다. 그런데 난 여전히 일상에 서툴고, 툭 하면 일상 밖으로 나가서 무언가 대단한 의미를 찾으려는 오랜 습관을 마주해야 한다.

 

노년을 잘 살려면 ‘지금’ 잘 살아야 한다. 잘 사는 게 뭔지 알아야 한다. 소위 말하는 중년의 위기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라는 강력한 신호다. 생존을 위한 경쟁과 성공을 위해 달리면서 잃어버린 것이 무언지 바라보라는 내면의 메시지다. 삶에서 정작 중요한 것, 죽을 때 후회하지 않을 일이 무언지 살피라는 말이다.

 

‘평소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노년에 이르러서도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노년에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를 원한다면 지금 풍요롭게 사는 훈련을 해야 한다. 메마른 영혼이 늙었다고 갑자기 촉촉한 영혼이 될 리 없고, 책 한 줄 안 읽다가 갑자기 시간이 많아졌다고 책을 읽는 사람이 되지도 않는다.

 

소중한 사람과 한평생 잘 살아가려면 남자들은 더 늙기 전에 자신의 일상, 밥 먹고, 잠자는 가장 근원적인 일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훈련을 해야 할 게다. 그 능력은 늙어 홀로 되었을 때 어쩌면 더 빛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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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남자 2018.09.04 12:47
    친구들 두 분 다 공감이 됩니다. 저는 그나마 다행이네요.
    일찍 시작해서ㅎㅎ
  • ?
    일혜 2018.09.22 11:27
    노년은 자신이 살아왔던 삶의 모든것을 늙은 몸으로 확인하는 쓰라린과정이기도 하지요. 지금 어떤 시간을 살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면 미래의 자신의 노년과 겹친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러니 미숙한 일상을 살아가는 늙어갈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하지요. "그 능력은 늙어 홀로 되었을 때 어쩌면 더 빛날지도 모르겠다" 그래요 노년은 어쩌면 그렇게 더 빛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시간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듭니다. 밤이 오기전에 노을이 더 황홀하게 붉어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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