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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에 황간에 머무는 일본 육군 보병 소위 구와하라(桑原)씨는 나이 27세로 성실하고 신중하며 엄중하고 꼼꼼하며 두루 살펴 한 번 보았는데도 오랜 친구 같아서 함께 죽기를 다짐하였다."

 

"일본장교들과 서로 작별하였다. 미야케씨는 우마 7두를 보냈고 구와하라씨는 은화 20원을 노자로 주면서 말하기를 “제가 동양을 두루 다녔지만 대인처럼 뛰어난 공적이 있는 분은 처음 봅니다. 임금께 아뢰는 날 저희들의 공을 치사할 것은 없습니다. 우마는 비록 보잘 것 없으나 군사들을 위문하고 은화는 약소하지만 정표로 보냅니다.”라고 하였다."

 

일본군 장교에 대한 칭송과 찬양, 그리고 함께 죽기로서 각오한 마음이 잘 드러난 글인데 1894년 동학혁명군을 토벌한 유격장(遊擊將) 김석중(金奭中)이 쓴 『토비대략(討匪大略)』에 나온다. 『토비대략(討匪大略)』은 보은 상주 등지에서 관군과 일본군이 합동으로 동학혁명군을 토벌한 기록을 일기 형식으로 쓴 책으로 조선을 통치하고 있는 양반지배세력의 가치관이 잘 드러난다.

 

특히 동학혁명이 일어난 1894년은 강화도불평등조약을 맺은 지 7년 후 시점이어서 양반지배세력의 가치관은 더욱 충격적이다. 이미 일본은 1876년 강화도에서 운요호 사건을 일으켜 많은 조선 백성을 살육했으며 그 압력으로 강화도조약을 맺은 것이다.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야망을 드러낸 사건으로 이후 백성 누구나 내정간섭을 일삼는 일본의 조선 침략을 짐작하고 있었을 텐데도 양반지배세력은 그 일본군을 끌어들여 칭송하고 찬양하면서 자기 나라 백성을 무자비하게 토벌한 것이다.

 

반면에 동학혁명군은 '척왜척양' 즉 ‘반외세’를 내세웠다. 따라서 청나라와 일본의 군대 파병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전봉준 장군은 전주성을 점령하여 전라도 전 지역을 손아귀에 넣었음에도 <전주화약>을 맺어 동학혁명군을 해산하기도 했다. 동학혁명을 이유로 양반지배세력들이 외국 군대를 끌어들이니 동학혁명군의 고육지책이었다. 이후 일본군들이 내정간섭 등 침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자 동학혁명군은 다시 대대적으로 ‘반외세 반봉건’ 혁명을 일으켰다.

 

위 토비대략에 나오는 일본장교와의 친분을 봐도 동학혁명 당시 양반지배세력은 백성은 안중에 없고 나라야 망하든 말건 오직 권력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청나라에 붙고 어떤 이는 일본에 붙었다. 청나라에 붙어 권력을 잡으려다 일본에 의해 죽임을 당한 대표적인 인물이 명성황후이다. 그러다가 나라는 일본에 의해 망했다. 나라는 망했어도 양반지배세력의 권세와 부는 여전했다. 그들에겐 나라와 백성보다 권세와 부가 우선이었다.

 

올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통일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주변 강대국들의 이익을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 또한 벌어지고 있다. 마치 동학혁명 당시와 비슷하다. 그 당시에도 청, 일본, 미국, 영국, 러시아, 독일 등 강대국들은 조선에서 이권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웠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강대국들이 서로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지금의 정세와 똑같다.

 

주변강대국들은 한반도의 평화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자국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평화가 그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평화를 내세울 것이요, 전쟁이 그들 자국에 이익이 된다면 전쟁을 일으킬 것이다. 냉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현실이다. 한반도 민중들의 생명이 주변 강대국들의 이익에 달려있으니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남이나 북의 지배세력도 마찬가지다. 동학혁명 당시 양반지배세력처럼 오직 권력과 부를 차지하고 누릴 수만 있다면 평화든 전쟁이든 관계없을 것이다. 민중은 안중에 없는 것이다.

 

동학혁명 정신인 자주 평등 평화의 정신으로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이 정신이 곧 민중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권력과 부의 축적에만 관심 있는 자들에게 어떻게 통일을 맡길 것인가. 지배권력자들과 민중의 이익은 다를 수밖에 없다. 동학혁명군이 '자주 평등 평화'를 내세웠듯이 외국의 이권을 배제하고 한반도의 주인인 민중이 중심 되는 자주적인 통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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