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말 시인과 만나는 상주시인들
2018.03.21 11:48

[상주의 시] 아내 - 이상훈 (상주들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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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이상훈(상주들문학회)


발목에 시계를 차고 사는 아내를 본다
시계보다 더 바지런하게 종종거리며 무언가를 해서 들고는
자주
가깝지도 않은 아이들 집 앞을 서성거리지만
발을 들이밀 때마다 일어서는 문지방
보따리만 놓고 돌아서는 눈 속엔
시계 없는 아내가 춤을 추고 있다
주는 만큼 받지도 못하고
주는 만큼 바라지도 않으면서
선뜻 그 집을 들어서지 못하는 것은
더 주지 못한 미안함
혹시 되돌려 받고 싶은 마음이 남았을까 걱정하는
아내는 오늘도 발목에 시계를 찬다
시계 찬 아내 속에 있는
시계 없는 아내
얼굴 한 번 내밀지 못한 채
주는 만큼 고맙지도 않고
주는 만큼 기다리지도 않는
아이들 마음속에
무엇이든 쌓아두고 싶어 하는 마음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아버지의 시계와 엄마의 시계, 그리고 자녀의 시계는 시간의 흐름이 다를 것이다.

남편의 시계와 아내의 시계도 또한 다르게 흘러간다.

서로의 시간이 모두 일치하지는 못해도 그럼에도 종종거리는 누군가의 시계는 어느 순간 기어이 그 시간들을 겹치도록 만든다.

그 순간은 종종거림에 비해 너무 짧아 안타깝지만 결코 그만 두지 못한다.
옛말에도 내리사랑은 있지만 치사랑은 없다고 하였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종종거리는 어머니의 마음. 그렇지만 그 언젠가는 이해될 날이 있을 것이다.

발목에 시계를 차고도 시계를 잊고 사는 아내처럼 자식들이 부모가 되어 그 나이에 드는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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