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말 시인과 만나는 상주시인들
2018.04.18 15:57

[상주의 시] 순흥리 고분벽화 - 임술랑 (상주작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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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0 18;13;42.jpg

 

순흥리 고분벽화

                        임술랑(상주작가회)


당신과 이 무덤 안에 들어와 보니
조금은 겁이 났습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이제 마악 시작되었는데
여기는 벌써 저승이기 때문입니다
이승에 있는 저승의 그림이 무서웠습니다
색상이 아직도 생생한 것이
내 허물이 칠해진 것 같고
마른 흙 사이로 어디서 바람소리가 나는 듯 했습니다
아무리 아무리 당신을 핥아도
천년 세월은 간데도 없고
만년 생각은 어지럽기만 했는데
혼돈 속에서
아직도 나는 당신 손을 잡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붉으락 푸르락한
벽화 속에 사인(使人)이 되어서라도
그대와 나
천년을 만년을
한 공간에 있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 상주작가창간호(2017 상주작가회)



고대 사회에서는 사람이 죽은 뒤의 세상이 현재의 세상과 모든 점에서 같다고 여겼다고 한다. 현세의 것을 내세에도 누리기 위해 순장(殉葬)을 하거나 부장품을 묻었으며 더 나아가 생전의 영광과 누리고 싶은 내세의 삶을 형상화한 그림을 그려놓았다.

무덤이 내세를 위한 거처라고 한다면, 살아있는 이의 무덤 방문은 실은 비정상적인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이승 안에서 저승의 세계를 엿보는 일은 신비함을 넘어서서 두려움을 동반한다.

맞잡은 이승에서의 손도 언젠가는 놓아야할 것이라는 뚜렷한 진실이 순흥리 고분을 돌아보는 동안 떠올랐을 것이다.

무덤벽화의 남아있는 채색처럼 선명하게 와 닿았을 것이다.

천년만년의 세월이라 하여도 결국 생로병사로 돌아가는 것이 사람살인데, 이 순간만이라도 소중한 사람과 영원히 결속되어 있고 싶다는 소망은 더욱 간절했을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아내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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