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말 시인과 만나는 상주시인들
2018.05.23 11:19

[상주의 시]가죽나무- 고경연(상주들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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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뒤란 한켠에서 늙어가는 나무
떠날 사람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 떠났는데
허물어지는 담벼락을 의지하고
간신히 서 있다
사람의 숨이 돌지 않는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라서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뉘 집 아궁이에라도 
쓸모가 되기를 바라던 늙은 나무 
자꾸만 나이테만 굵어지는데
지나던 목수 김씨 
얼쑤,
가지를 잘라 내어
무너져 내린 척추 대신
끼워 맞춘다

 

 

- 『들문학』 제24집 (2017 세종기획)

 

빈집은 서럽다. 사람의 기운을 담지 못하는 집은 허물어진다.
허물어진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지만, 빈집의 곁에 남겨진 나무라면 또 얼마나 고독할까.

틀림없이 기다림에 서러워져 집처럼 그만 무너지고 싶을 지도 모르겠다.

빈집은 사람의 숨을(손을) 떠나보내며 무생물이 되지만, 나무는 살아있으니 무생물이 될 수도 없는 일이다.

지나던 목수는 늙은 가죽나무의 가지를 잘라 지팡이를 삼은 것일까?

어떤 생명이라도 '어떤 쓸모'가 있으리라는 시인의 생각이, '뉘 집 아궁이에라도 쓸모가 되기를 바라던'의 구절을 낳았지 싶다.

고귀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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