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의 그림 이야기
2018.09.07 09:27

이경재 개인전 ‘그루터기 – 소통의 기원’

조회 수 5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난류는 사전적 의미로 어지러운 물의 흐름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강 스스로의 정화 작용이며 다시 강을 살리는 필요조건이었다. 거친 물살에 의한 모래의 이동은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교체, 낡은 것은 다시 이동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으로 변신한다. 변화무쌍하다. 어떻게 스스로가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자연만이 가질 수 있는 이치 말고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이렇듯 강은 유기적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스스로의 혁신이며 변혁이었다.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의 교체에 있어서 갈아엎음은 필연이다.

낡음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움으로 변신하는 강의 자정 능력, 다시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도 강은 다시 어울림이 된다.

모든 걸 포용하는 강이기에, 그래서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강을 보며 강을 닮으려 하였는가 보다.

 

판화 작품은 그루터기 연작이다.

그루터기의 사전적 의미는 곡식 따위를 베고 난 뒤 밑동이며 밑바탕이나 기초가 되는 사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추수가 끝난 후 들을 지키고 있는 잘린 벼의 밑 부분을 표현한 것이다.

그루터기1.jpg

  2010년作  그루터기1   50*65cm - 6   목판화

 

나의 출근길, 집 밖을 나서면서 나의 하루의 평정심을 찾게 해주는 것은 저 너른 들판이다. 늘 나의 주위를 맴도는 일상의 풍경이 된 지 오래되었다. 추수가 끝난 늦겨울 들판에 서서 휑하니 불어대는 겨울바람 맞으며 산과 강과 주변을 빽빽하게 매운 들.

 

그리고 들판 한가운데 뻣뻣하고 삐딱하게 솟구친 그루터기 무리들, 납작하게 엎드려 한해 그리고 겨울의 마지막을 수놓는다.

갈아엎어 다시 거름이 되고 땅을 건강성을 회복하고 유지한다.

 

강과 들은 어떤 관계일까?

강은 자연이 주는 소통의 원류라 한다면 강의 주변에 넓게 퍼진 들판의 그루터기는 인간과 자연의 서로에 대한 소통의 기원이다. 소통이 주는 아름다움이다.

그루터기2.jpg

  2010년作  그루터기2   50*65cm - 6   목판화

 

우리는 우리가 처한 현실 속에서 아름답다는 정의는 어떻게 내려야 할까? 무엇을 기준으로? 각자의 고민이기도 하면서 앞으로의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삶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인간이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만들어낸 농경문화가 하나의 혁명이라면 그 영향은 강이 있음으로 해서 였을 것이라 추측이 된다. 강과 들의 만남이다.

휘돌아가는 강 주변의 넓게 펼쳐진 들판을 보라, 저 들판이 풍화 작용에 의해 흙과 모래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것이라면 자연의 준 혜택에 감사하며 숙연해질 뿐이다.

그 은혜로운 땅에 솟구친 벼의 밑동 ‘그루터기’는 계속되는 순환이며 아름다운 소통의 결정체이다.

 

전시된 판화는 4절 크기 손바닥만 한 크기의 형상이다.

나의 일상과 만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잘린 벼의 밑동에 그림자를 더하면 그 형상이 뿜어대는 역동적 결집에 매료되었고, 한 부분의 형상만을 집중해 그 분위기를 나타내려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형상을 표현할 때의 느낌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들을 환기시키며 작품의 이미지와 중첩시킨다. 마치 물대포를 쏘아대며 수많은 군중들을 해산시켜 보려 하지만 성난 군중은 불의에 항거하며 하나 둘 다시 수십 명이 하나가 되어 흔들림 없이 그곳을 고수하며 버티고 있다. 거짓에 대한 저항이며 진실 대한 버팀이다.

작품은 하나의 작은 개체인 것 같지만 다시 작은 개체와 개체가 모여 강한 응집력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루터기3.jpg

  2010년作  그루터기3   50*65cm - 6   목판화

 

그루터기 판화 연작은 척박한 땅을 일구어 삶을 키우는 건강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이며, 진실된 것에 대한 갈망이고, 현실을 살아가는 땀 냄새나는 노동의 흔적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지속되어야 할….

 

그런 만큼 그 뒤에서 모든 걸 포용하고 감싸주는 넉넉한 강이 있어 들은 외롭지 않다.

 

여기에 판화라는 매체를 활용하게 되었다.

역동성과 응집력의 이미지는 다양한 칼라보다는 단순 명쾌함이 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다.

돋보기안경을 쓰고 칼끝에 집중하며 사각사각 깎이는 나무와 조각도의 느낌도 괜찮다.  

흑과 백의 선명한 볼록판화를 선택해 표현하였다.

붓과는 다른 맛을 느낀다.

그루터기4.jpg

  2010년作  그루터기4   50*65cm - 6   목판화

 

이렇듯 강을 주제로 다양한 그림을 보여줄 수 있어 좋다.

물론 하나의 패턴으로 집약되게 보여줄 수도 있겠으나, 강을 다루기엔 하나로는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마 유기적 관계를 떠나 설명이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내가 즐기면서 표현된 강의 모습은 일상의 일기처럼 되어버렸기에 다양한 형식을 취한 것일 수도 있다.

 

끝으로 왜 이런 예술행위를 왜 하는 것인가에 대한 스스로에게 질문이다.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이며, 행복하고 즐겁기 때문이다.

붓을 들면 밤을 세워서라도 끝장을 본다.

 

최근 강을 표현하며 때론 붓을 들고, 때론 조각도를 들고, 때론 사포로 문지르고 물감을 뿌리며 모든 걸 누리고 있다.

붓을 들면 자유롭고, 조각도를 들면 집중이 되며, 물감을 뿌리며 틀을 깨는 쾌감을 즐긴다.  

 

강을 통해 나의 그림 세계를 펼칠 수 있어 행복하다.

한편 강이 나의 그림처럼 원래의 모습을 찾길 기도할 뿐이다.

 

밑으로 더 밑으로 수평의 잔물결을 유지한 채 저 넓은 바다를 향해 가는 

아! 낙동강이여…

자동이체후원.png

  1. 고기 식성 - 박서윤(시노리문학회)

    고기 식성 박서윤(시노리문학회) 할배 밥상에 며칠 거푸 오르는 조기반찬 건너다보면 딸아기가 고기 상을 밝혀서 내중에 시접살이나 하겠나 책망 듣던 내 유년에는 인물이 고운 아는 본시 고기식성 인기라 역성드시는 내 아부지요 혼쭐이 나도 절이 안 죽는 건...
    Date2018.10.12 Category신순말 시인과 만나는 상주시인들
    Read More
  2. 권애숙 사랑바라기 수채화 개인전 3

    Watercolor on paper 이번 글은 팸플릿에 실리지 않은 해바라기 외 여러 수채화 작품을 보여주려고 한다. 수채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와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아쉬운 것은 작품 촬영을 전시장 안에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유리 액...
    Date2018.10.12 Category이경재의 그림 이야기
    Read More
  3. 꼬부랑지팡이 - 조정숙(상주들문학회)

    꼬부랑지팡이 조정숙(상주들문학회) 나른한 오후 꼬부랑할머니 손 꼭 잡고 치과 들어선 꼬부랑지팡이 대기실 의자 기대어 눈 좀 붙이려다 무너지는 잇몸에 밑처럼 헐거워지는 틀니 부끄러워도 꼬부랑할머니 웃어 보였다는데 고쳐주긴커녕 이 양반들, 마캉 나가...
    Date2018.10.05 Category신순말 시인과 만나는 상주시인들
    Read More
  4. 권애숙 사랑바라기 수채화 개인전 2

    65.2×90.9cm Watercolor on paper 2018 권애숙 작가의 수채화 그림은 여러 개의 해바라기 형상을 조합하여 하나의 화면으로 끌어낸다. 그림 대부분의 해바라기 모습은 온전함을 유지하고 있다. 조합과 온전함이다. 작품이 손상되지 않은 한 그림처럼 시...
    Date2018.10.05 Category이경재의 그림 이야기
    Read More
  5. 짚북데기 한길이 - 남수현(상주작가회)

    짚북데기 한길이 남수현(상주작가회) 새갓말 짚북데기라 불리는 한길이 새벽안개를 가르며 트랙터를 모는 그의 머리칼은 헝클어진 짚 한 단을 머리에 이고 있는 형상이라 빗으나 마나다 신선한 가을바람이 불면 땅 고르고 거름 뿌려 오이 심어보지만 내리 삼 ...
    Date2018.09.29 Category신순말 시인과 만나는 상주시인들
    Read More
  6. 권애숙 사랑바라기 수채화 개인전 1

    9월의 작가는 2018년 7월 26일~29일까지 상주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사랑바라기 수채화 개인전을 열었던 권애숙 작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권애숙 작가는 각종 대회 입상 실적 및 현재 초등학교 수석교사로서 미술교육을 전공한 교사이기도 하다. 이번에 전시된 ...
    Date2018.09.29 Category이경재의 그림 이야기
    Read More
  7. 김정숙 리설주 두 분의 대화를 상상함

    아이고 언니 옷 젖어요. 괜찮아, 이걸 난 꼭 떠 가야 해. 네, 네, 언니 맘 알아요. 천지의 물을 떠 가서 남녘 한라산 물과 섞으려고 해, 남과 북, 북과 남을 하나로 합치는 거지. 네, 네, 언니의 장한 소원 꼭 이루어지도록 저도 노력할게요, 그래도 옷은 젖...
    Date2018.09.28 Category김주대시인의 글과 그림
    Read More
  8. 이승현 다섯 번째 개인전 - 풋감

    무더운 여름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모를 정도로 기승을 부리다가 체력의 한계가 다다를 즈음에서야 아침저녁으로 기분을 맑게 하는 선선한 바람이 분다. 가을이라는 가을답다는 가을스러움이 왜 이리도 좋은지 변화되는 계절에 감사함을 느낄 따름이다. 오늘 소...
    Date2018.09.22 Category이경재의 그림 이야기
    Read More
  9. 중궁암*에서 - 조남성(숲문학회)

    중궁암*에서 조남성(숲문학회) 노악산에서 동으로 왼 다리 뻗어 어머니 품속같이 품은 중궁암 삼악의 명당이네 선방에 마주 앉은 하늘 스님 묵언으로 눈짓만 건네니 보석 같은 한마디 기다리는 중생에게 보이차만 거듭 죽이더니 외마디로 내뱉는 말 '자주 ...
    Date2018.09.21 Category신순말 시인과 만나는 상주시인들
    Read More
  10. 구절초 - 김정순(상주작가회)

    구절초 김정순(상주작가회) 가을바람에 수줍은 듯 허리를 비트는 구절초 하얗게 꽃을 피웠다 저 홀로 피었으면 얼마나 외로울까 갈숲 일렁이는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는 꽃잎들 여든 일곱 울 어머니 심장이네 꽃대가 부러지듯 정신줄 놓으시면 어떡하나 새색시 ...
    Date2018.09.14 Category신순말 시인과 만나는 상주시인들
    Read More
  11. 낙동강에서

    낙동강에서 이경재 그해 그 날 그리고 여러 날 다시 다음해에도 덤프트럭이 오가는 뿌연 연기 속 포클레인이 강을 파헤치던 현장에서 강의 흐름을 허물어버린 끝이 없는 모래무덤과 거대한 모래 산을 보았다. 이제는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강이 되어 버렸는가...
    Date2018.09.14 Category이경재의 그림 이야기
    Read More
  12. 선운사 - 황정철(상주들문학회)

    선운사 황정철(상주들문학회) 어느 생에 왔었던가 그 길을 찾아서 도솔암에 오른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시계처럼 단풍나무 참나무 칡넝쿨 나무와 바람과 바위 사이에 꽃무릇 지천인데 꽃무릇은, 핌과 짐 사이 또는 짐과 핌의 어디쯤에서 아직 채 피어나지...
    Date2018.09.07 Category신순말 시인과 만나는 상주시인들
    Read More
  13. 이경재 개인전 ‘그루터기 – 소통의 기원’

    난류는 사전적 의미로 어지러운 물의 흐름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강 스스로의 정화 작용이며 다시 강을 살리는 필요조건이었다. 거친 물살에 의한 모래의 이동은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교체, 낡은 것은 다시 이동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으로 변신한다...
    Date2018.09.07 Category이경재의 그림 이야기
    Read More
  14. 강가에서 - 민주목(한국문인협회 상주지부)

    강가에서 민주목(한국문인협회 상주지부) 만남은 요- 피는 꽃빛 헤어짐은 조- 지는 꽃 맘 만약에 푸른 하늘과 이런 물 흐름 없다 하면 어디다 마음눈 파랗게 일장춘몽 즐기랴 ㅡ 『낙동강』 (2017 낙강시제 시선집) 만남과 헤어짐은 꽃의 피고 짐과 다름 아니...
    Date2018.08.31 Category신순말 시인과 만나는 상주시인들
    Read More
  15. 이경재 개인전 - 난류의 세계는 파격을 넘어 역동성의 극치이며, 쉬지 않는 모래들의 반란이다.

    그렇다면 모래는 어떻게 이동되는 것일까? 강물은 한 방향이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복잡하게 얽혀 흐른다. 내 생각을 변화시키고 내 마음을 강하게 휘어잡았던 것은 난류(亂流)의 세계였다. 강을 보았는가? 어떤 이미지가 연상될까? 아름다움. 평화로움. 도도...
    Date2018.08.31 Category이경재의 그림 이야기
    Read More
  16. 거꾸로 비치는 거울 - 임성호(숲문학회)

    거꾸로 비치는 거울 임성호(숲문학회) 아들 핑계를 듣다보면 속마음이 우물 바닥처럼 훤하게 들여다보인다 놀고 싶고 먹고 싶고 게임하고픈 생각 집사람도 마찬가지 표정이나 말 한마디 느낌만으로 마음속을 TV로 보는 듯하다 입고 싶고 바르고 싶고 꾸미고 싶...
    Date2018.08.24 Category신순말 시인과 만나는 상주시인들
    Read More
  17. 이경재 개인전 ‘낙동강- 대지를 품다’ – 풍화와 침식과 퇴적의 끊임없는 운동을 통해 건강한 강을 이루고…

    처음 붓을 들기 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강의 원형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충격이었다. 강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늘 그랬던 것처럼 나의 주변 공기와도 같다는 당연하다는 생각, 설마 했던 생각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 어떤 위기감이랄...
    Date2018.08.24 Category이경재의 그림 이야기
    Read More
  18. 반성문 3 - 신재섭(상주작가회)

    반성문 3 신재섭(상주작가회) 그 노래를 몇 번 들었는데, 들을 때마다 슬퍼지고, 서글퍼지고, 초라해지고 심지어 비참하기까지 했다 그 친구 알만한 친구가 그렇게 슬픈 노랠 부르면 쓰나 비열하고 치사한 우리들의 마음을 그렇게 심하게 건드리면 되나 그 노...
    Date2018.08.17 Category신순말 시인과 만나는 상주시인들
    Read More
  19. 이경재 개인전 ‘낙동강-대지를 품다’ - 강에 대한 지난 3년간의 집착과 애정

    몇 해 전부터 강을 그린다. 일상처럼 그리고 강을 걷고 있다. 평화롭기 그지없다. 편안히 서서히 아주 느긋하게 흐르고 있다. 저 강물이 정말 흐르고 있을까 할 정도의 느림이다. 하지만 저 느림이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그만큼의 여유를 즐기지 못하는 현...
    Date2018.08.17 Category이경재의 그림 이야기
    Read More
  20. 낮추기 - 조병준(상주들문학회)

    낮추기 조병준(상주들문학회) 내가 정말 하기 싫어하는 거 세 가지 있다 발 씻기 방 닦기 백팔배 그러고 보니 죄다 나를 꺾고 구부리고 낮추는 거네. 발 씻기, 발을 존중하여 몸을 숙이고 씻어주는 일. 방 닦기, 무릎을 구부리고 얼굴에 피가 몰리도록 몸 낮추...
    Date2018.08.10 Category신순말 시인과 만나는 상주시인들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