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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희망을>에서 노랑 애벌레는 위로 올라가기 위해 무의미하게 싸우는 애벌레 기둥에서 나와 다른 여행을 시작한다. 그 안에서는 나의 기둥이 전부인 것 같았지만 사실은 그런 기둥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책 속에서는 그 기둥 위에 허공뿐이었다. 그렇지만 실제 삶에서는 애써 올라간 그곳에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이 있을 지도 모른다. 다만 기둥을 정성스레 탐색하고 오르다보면 그 위에 마련된 기쁨이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가 있다. 그렇게 남들과는 좀 다른 여행을 떠나본 김미경, 박희무씨는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러운 삶을 권한다. 너무 애쓰지 말 것, 주변을 탐색하고 즐겨볼 것, 그러다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씩씩하게 가고 무엇보다 우리가 함께 있음을 잊지 말 것.

 

함께 읽을 책 / 꽃들에게 희망을, 트리나 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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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따라 왔어요

 

박희무/

 

저는 원래 고향이 시골 출신이에요. 일곱 살 때까지 문경에 살아서 또래들하고 걱정 없이 뛰어노는 시골 생활을 알고 있어요. 이후로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도 했는데 항상 마음에는 시골에서의 즐거웠던 어린 시절이 자리 잡고 있어서 가족들에게 언젠가 우리 시골 가서 살자는 말을 계속 했어요. 대학에서 79학번으로 물리학을 전공했는데 그 때 우리나라에 컴퓨터가 처음 도입되어 은행이나 기업의 전산화가 이루어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전국에 컴퓨터학과가 2개 밖에 없으니 순수 과학 계통의 사람들도 그쪽으로 취직을 하게 되었죠. 쌍용 컴퓨터라는 회사에 입사해서 10년 일하다가 한 신문사에서 신문 전산화를 맡아 일을 시작했어요.

 

우리 세대들은 회사를 들어가면 당연히 정년퇴직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IMF가 터지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밖으로 나왔어요. 이제는 회사에서 개인이 평생 먹고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너무 늦으면 시골에서도 기반을 못 잡을 것 같아서 마흔 네 살에 시골로 오기로 결심했어요.

 

살아보니까 공부만 잘한다고 잘 사는 게 아니더라고요. 저는 공부를 열심히 했고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에 다녔지만 적성에 안 맞으니 계속 있기 싫은 거예요. 사람을 부리는 게 안 맞았어요. 밤을 새더라도 기일에 맞춰서 성과를 만들어내고, 일이 안되면 회사에서 24시간 살고, 야근하다 회식하고 집에도 못가고 쳇바퀴처럼 일하는 생활. 사람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도 미안하고 직급이 올라가니까 스트레스가 더 많아졌어요. 제일 컸던 이유는 결국 사건이 터지고 위험한 시기가 되면 일하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거예요. 가차 없이 매몰차게 사라지니까. 노동자로 일하는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밖에 대접을 못 받았어요. 그런 조직에서 있고 싶지 않았고 마음 편하게 살고 싶었어요.

 

상주 지역에서 하우스 오이를 키우면 평당 1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는데 상주가 고향인 집사람이 아는 분께 물어보니 정말 먹고 살만 한 것 같더라고요. 시골에서도 수익을 올리고 생활비를 벌어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내려왔어요.  40대는 아이들 키우며 돈이 계속 들어가잖아요. 큰 애가 중학교 2학년, 둘째가 초등학교. 막내는 유치원. 가족 다섯 명의 생활을 생각하며 귀농 작목으로 생활이 당장 가능한가를 먼저 생각했어요. 확실히 오이가 다른 작목보다는 현금화가 빨랐어요. 11월 달에 작물을 키워도 3개월이면 수확을 하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많은데도 지금까지 현상유지를 하며 살 수 있었고요.

 

김미경 /

 

학교에서 어떤 전공을 했든 마음 한 구석에 미련이 남아있는 좋아하는 것을 따라 가다보면 즐거워지거든요.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면 즐겁잖아요. 돈을 쫓아가지 않아도 열심히 일하면 하루 세끼 먹는 것에 부족함은 없어요. 시골에 사는 것의 장점은 욕심만 안내면 부족함이 없다는 것. 도시보다 시골에 와서 더 넉넉함을 느끼는 게 뭘 소유 해야겠다, 축적 해야겠다, 이런 마음이 없어져요. 그냥 일상에 노력하면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니까 넉넉함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도시에 살면 옆에 보이는 것이 많아서 언제나 남들보다 좀 더 벌고 뭘 더 열심히 해서 더 많이 가지고 싶지만 여기에서는 내려놓기가 쉬운 것 같아요.

 

행복하게 잘 컸습니다

 

김미경/

 

도시에 있을 때도 사교육보다는 공연도 보러 다니고 체험학습을 찾아다니는 편이었어요.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꿈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미련 없이 즐겁게 생활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내려왔어요. 막내는 고2인데 얘는 공부를 원해서 열심히 하고 있고. 막내 같은 경우도 자기에게 맞는 학교를 잘 선택해서 시골에 학생 수 100명 있는 학교를 보냈어요. 다행히 아이들도 잘 적응하고. 교우관계 좋고 착하게 잘 자라줬어요. 주변에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을 여유롭게 갖고 놀 수 있는 여건을 찾아 귀농하신 분들이 있었어요. 이곳에 와서 좀 더 민주적이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중점을 두고 학부모 활동을 했어요.

 

지금은 큰 아이가 대학교를 졸업했고, 둘째는 대학 4학년, 막내가 고등학생이에요. 아이들이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잘 헤쳐 나가고 좌절하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는 게 어린 시절에 시골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행복한 생활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모든 걸 주도적으로 잘 해나가고 있어요. 미래를 선택하는 것도 자율에 맡겼거든요. 저희들은 입시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어요. 아이가 자연스럽게 공부를 해서 등급이 어느 정도다 하면 거기에 맞는 학교를 가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저희 가족은 부모와 자식과의 소통이 굉장히 잘 되는 편이에요 1년에 한 번씩 다 같이 가족여행을 가는데 부모님하고 가는 여행을 많이 좋아하고. 시골에 오면 문화적인 것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저기 잘 찾아다니며 해소할 수 있었고요. 아이들도 그런 얘기하더라고요. 행복하게 잘 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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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으렴

 

김미경/

 

둘째는 귀농하고 4학년 때부터 초등학교에서 공동체를 배우고 사람은 돕고 살아야한다는 것을 알았나 봐요. 심성이 착한 편이에요. 사회의 약자를 돕고 싶어 해서 언어치료학을 전공하거든요. 자기 개성에 맞는 것을 잘 찾은 거죠. 초등학교 때부터 그런 것을 접하며 살았으니까.

 

핀란드나 독일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적성을 나눈다잖아요. 너는 공부를 할 사람이다, 너는 목수가 되라. 그 나라의 학부모들은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거예요.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선생님이 초등학생에게 ‘어머니, 얘는 공부 놓고 기술을 배우는 게 좋겠어요.’ 그러면 엄마들이 못 받아들일 거 아니에요. 그렇지만 저는 우리 학교 교육이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아이들 적성을 찾아서 이끌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공부도 적성이라고 생각해요. 한 가지만 잘해도 그걸 파고들 수 있잖아요. 무언가를 잘하면 그거 하나를 잘 할 수 있게 밀어주면 좋겠는데 어떤 생활

 

기술을 잘해도 학교에서 그것은 그냥 공부의 덤으로만 여기잖아요. ‘너는 공부가 적성에 맞으니까 공부를 해. 너는 이걸 잘하니까 공부는 못해도 된다.’ 이렇게 이끌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애들 배우는 미적분 확률 통계 보면 대학교 논문 수준인데 사실 사회 나오면 더하기 빼기만 하면 되잖아요. 실생활에서 수학 쓸 수 있는 거 없어요. 그건 잘하는 애들만 하면 돼요. 여기서도 애들이 아직도 7시 10분까지 학교에 가서 11시까지 야자를 해야 해요. 여전히 그렇게 성적으로 몰아가고 있어요. 저희 아이에게 언제든지 야자를 나와서 일찍 와도 된다고 하는데 자기 혼자 나올 용기가 없는 거예요. 저는 항상 그래요. 네가 학교를 그만둬도 되고 그냥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정말 학교만 딱 벗어나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은데 그 속에만 들어가면 애들이 잘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말로만 바뀌지 100년 전 학교 모습 그대로예요.

 

상주의 작은 학교

 

김미경/

 

어릴 때 상주에서 아이들이 다닌 곳은 차로 10분 정도 더 가야하는 정규 초등학교인데 인원이 적어요. 한 학년에 1반 밖에 없는 학교가 외곽에 두 개 정도 운영이 되고 있어요. 6년 동안 자유롭게 크길 원하는 학부모들이 일부러 외곽으로 가기도 하는데 그 학교 부모들은 거의 다 생각이 비슷해요. 도시에서는 그런 학교 자체가 드물지만 이곳에서는 원하면 보낼 수 있어요.

 

그 학교는 원칙적으로 학원을 안 가고 방과 후에 전 학년이 5시까지 무조건 운동장에서 뛰어놀아야 했어요. 유치원생조차도 5시까지 자기들끼리 또래 안에서 뛰어놀아야 해요. 유치원생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년이 같이 놀아요.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풍경이죠. 내가 끝나면 할 일이 있고 무조건 함께 놀 사람이 있다는 게.

 

학교의 모토가 있다면 기본은 공동체예요. 자연과 더불어 살기 때문에 환경과 생태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예요. 모둠 토의 학습, 프로젝트 학습, 직접 체험하는 것은 기본이죠. 체험학습도 한 학년이 따로 가는 게 아니고 전 학년이 같이 가요. 언니, 오빠, 누나, 형, 위아래가 만나서 다니고 1년에 한 번은 전체 학생들이 캠핑을 해요. 캠핑장까지 학교에서 걸어가고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골고루 조를 짜는데 1박 2일을 너무 재미있게 지내서 바라만 봐도 너무 뿌듯하고 행복해요.

사실은 지금 애들이 여럿이 같이 노는 방법을 잘 몰랐어요. 그냥 나가서 빈둥빈둥 돌아다니다가 자기들이 하나씩 놀이를 시작했는데 우리 어른들이 살짝 이런 놀이가 있었다는 것도 알려줘요. 그럼 아이들이 하나씩 배우죠. 벼농사도 함께 시작해서 다 자라면 수확도 같이하고 한 봉지씩 집에 가져가고, 아이들이 김장도 같이하고 이런 것은 기본이라 유치원도 다 같이 해요. 어쨌거나 학교에서 최대한 자연과 접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다 주는 것 같아요.

 

학교에 6학년까지 시험이 없으니까 학원을 가야된다는 부담이 없었어요. 공부에 관심이 있다면 결국은 아이 스스로 알아서 찾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도시에서는 옆에 애들이 가기 때문에 학원을 안갈 수 없었을 거예요. 여기도 시내 중심가에 있는 학교에 가면 학원을 도시 못지않게 보내고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렇게 똘똘 뭉치는 부모들 그룹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데 상주는 작은 곳이라 금방 여유로움이 보였어요.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시골에 귀농한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면단위에 자리 잡고 귀농한 사람들은 완전히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많은데 다행히 저희가 사는 시내에도 그런 부모들이 있더라고요. 상주라는 곳이 작기 때문에 오히려 부모가 어떤 입장, 어떤 생각을 갖는가에 따라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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