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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 아무말대잔치 

 

누구나 다 아는 답답한 진실.

 

1년에 190일만 학교에 가는 나라, 사교육이 없는 나라,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매년 상위권을 차지하는 나라, 2015년 PISA 학생 삶 만족도 지수 OECD 2위로 학생들이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는 나라. 북유럽의 교육 강국, 핀란드 이야기이다.

 

그런 핀란드가 최근에는 아예 ‘교과목’ 자체를 없애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현재 학생들이 받고 있는 교육은 1900년대 학생들을 위한 시스템이며, 지금 학생들에게는 더 이상 교육적으로 효과적이지 않다"는 핀란드 교육부장관의 일성처럼 사건이나 이슈에 대해 수학적 지리적 역사적 다양한 관점으로 통합하는 교육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과목별 개별 학습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을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렇게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관심분야를 더 공부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고대 로마와 현대 핀란드의 비교’라는 그룹 과제에 대해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로마의 목욕탕과 오늘날의 고급스파를 비교하고 콜로세움과 현대 경기장 건축을 비교하기도 하며 3D프린터로 로마건축모형을 만들어 보드게임도 즐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각자의 그룹이 정한 주제의 전문가가 되며 기계, 조사방법론, 커뮤니케이션과 문화에 대해 배운다고 한다.

 

뻔히 아는 이야기이겠지만 우리나라는 년간 사교육시장 규모 20조, 초중고 학생 중 사교육을 받는 비율이 68%,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5만원, 2015년 PISA 학생 삶 만족도 지수 10점 만점에 6.36점. OECD 회원국 평균 7.31점 보다 크게 밑돌며 최하위이다. OECD 회원이 아닌 국가를 포함해도 터키(6.12점) 덕분에 겨우 꼴지를 면했다.

 

상주도 예외는 아니다.

 

상주의 초등학교 아이들도 학교를 마지면 학원 갈 스케쥴이 빡빡하다. 이미 학원은 아이들에게는 문화다. 학원을 가야 친구들이랑 어울릴 수 있고 인근 편의점 와이파이 아래 유튜브로 음악도 듣고 게임도 하고 심지어 음란물도 공유한다. 학원다니는 길에 ‘벨튀’(벨누르고 도망치는 장난)도 하며 함께 논다. 학교에서는 학원공부를, 학원에서는 학교 정규수업을 핑계대며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을 줄타기하며 살아간다.

 

심지어 내서중학교 아이들도 체육이 줄고 영어가 늘고 미술시간이 부족하단다. 어떤 고등학교에서는 체육이 1달에 한시간이라고도 한다. 매일 10~11시까지 자습을 하고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월화수목금금금 3년을 사는 것이 현실이다. 찬반을 물어보고 반대해도 빼주지 않고 혼이나 내면서 말로는 자율학습이라고 한다. 방학 중에 하루도 캠프를 못간다. 모둠별 연대책임을 지우는 나쁜 방식 때문인데 학교에서는 ‘공동체의식 함양’으로 돌변한다.

 

교사는 학교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집중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억지로 끌고 가야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하루 종일 힘들게 버티는 아이들을 또 하루 종일 지켜 봐야 하는 교사도 괴롭다.

 

뒷바라지하는 학부모도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떤 대접을 받을 지 전전긍긍이고 또래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라도 어쩔수 없이 학원을 보내야 하는 출혈을 감수한다.

 

이 모든 불행은 기껏 해봤자 좋은 대학을 가고 돈 잘버는 직업을 위해서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조차 꿈을 물으면 직업으로 답한다. ‘그림을 잘그리는 게 꿈이예요’가 아니라 화가라고 답한다. 이미 그런 세상이다. 기승전입시라는 말처럼 중학교 고등학교 6년은 인생에 없다고 생각해야 하고 어떤 대학을 가느냐로 성공여부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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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인용

 

애초에 불가능한 도전.

 

언제부터인가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공부 잘하는 아이의 공식이 됐다. 할아버지의 부가 아빠까지 대물림되고 그 재력은 학력으로 삼대를 내려간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말이다. 엄마도 그렇고그런 모임들을 쫓아 다니며 좋은 학교나 학원에 대한 정보, 미리미리 챙겨야 하는 진학에 유리한 봉사활동 같은 고급정보들에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 ‘아이때는 놀아야 해! 학원 너무 많이 다니는 거 아냐?’라며 어줍쟎게 아빠들이 간섭하지마라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나라의 교육이 절대 공정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잘사는 집 아이들이 공부도 잘할 수 밖에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의 적성과는 상관없이 서울에서 제주까지 의치한약수(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부터 순서대로 채운다. 좋은 학교 좋은 학과로 쏠리는 현상 때문에 변별력을 이유로 시험이 어려워지면 쪽찝게 고급 사교육은 필수가 되고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는 아예 오르지 못할 산이 되어 버리는 악순환이다.

 

상주에서 지역격차를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서울 강남, 대구 수성구 8학군과 비교 자체가 안된다. 그나마 가정형편이 좋은 집에서는 마치 학부모의 도리처럼 사교육을 찾아 구미나 대구 서울 까지 찾아다니고 일선 고등학교에서도 그런 아이들에게 내신성적이나 수행평가 점수를 몰아줘 수시전형으로 좋은 학교에 합격하여도 수능최저점에서 대도시 아이들에게 밀려 최종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당연한 말처럼 보이지만 상주에서 대도시 아이들과 입시경쟁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소위 성공하는 경우가 예외라고 하는 게 차라리 맞다.

 

남부, 백원초등학교 내서중학교.

 

이상하리만큼 상주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작은학교들의 혁신교육 경험과 성과가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중학교까지는 체험활동 등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 작은학교들도 있지만 고등학교 부터는 갈 곳이 없다.

 

또 작은학교를 다니다가 고등학교에서 갑자기 경쟁이 심해지면 적응이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처음부터 일반학교에 보낼 걸’하는 후회와 원망도 적지 않다. 작은학교에서 교실에서 하는 공부를 일반학교 만큼 많이 하지 않을 지 몰라도 국가 교육과정을 충분히 이수하고 글이 아니라 몸으로 살아가는 공부를 더 많이 하는 점을 ‘노는학교’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지만, 결국 성적에서 일반학교 보다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대안학교도 아이보다는 부모의 의지인 경우가 많고, 경쟁교육으로 부터 도피 내지 자기만족인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유명한 대안학교들은 미래에 다른 대책이 있는 여유로운 부유층들의 도덕적 우월감을 포장하는 또하나의 선택으로 강남좌파들에게 장악된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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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인용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무리와 함께 걷는 것 보다 혼자 걷는 것이 낫다.

 

잘못된 줄 뻔히 알면서도 그길을 가는 이유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일 때가 많다. 지금이 행복한 교육이 틀릴 수가 없지만 현실에서 세련되어 보이거나 수준이 높아보지 않는다.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나쁘지만 저 길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돼야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없이 남들 따라가는 식이거나 학부모의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당당한 선택의 문제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결국 미래의 먹고사는 문제로 수렴된다는 전제 하에 단순히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소득 같은 보편적 복지와 연동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의 단계에 접어든 인류 문명은 소수 엘리트들이 만들어 온 것이 아니라 전체 인류가 함께 이뤄 놓은 지혜의 총합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본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

 

지금의 행복을 누리며 입시나 학업 스트레스 없이 자라더라도 장래에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면 교육도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당장 하위권 아이들부터 경쟁교육에서 이탈할 것이다. 국가가 보장하는 기본소득보다 더 나은 미래를 원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입시전쟁에 뛰어들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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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늙은도령의 세상보기에서 인용

 

장 자크 루소의 <에밀>.

 

1762년 5월 ‘교육에 관하여’라는 부제로 간행된 근대교육학 고전 <에밀>에서 루소는 가상인물 ‘에밀’을 등장시켜 자연의 원리처럼 성장단계마다 알맞은 교육을 주장했다. ‘농부처럼 일하고 철인처럼 생각하는 인간’으로 교육하기 위해 더 멀리 더 깊게 볼 수 있도록 아이들의 잠재능력이 향상 될 때까지 스스로 진리를 발견할 수 있게 기다려 주는 교육을 역설했다.

 

모든 인간이 동등한 잠재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문명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기성사회 질서에 편입시키는 데에만 몰두하는 경쟁교육은 불안함으로 잠재적 자발성을 훼손하고 경쟁에서 패배한 아이들에게는 비굴함과 자책감을, 승리한 경우에는 다른 사람이나 문화 위에 군림하고 지배하는 습성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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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인용

 

그래도 실마리는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고등학교부터 각자도생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 만큼은 경쟁교육을 시키지 않겠다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학부모들이 남부와 백원초등학교, 내서중학교의 경험을 모아 소모임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교육시스템 전체를 바꿀 수 없더라도 상주교육발전협의회에 적극 참여하고 활용해서 영향력을 미치거나 그에 버금가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상주에 풀무학교 같은 대안고등학교나 작은 대안대학을 만들어 낼수 있지 않을까?

 

반에서 꼴지하는 내 아이가 늦게까지 학교에 붙들려 들러리나 서는 것에 항의할 수 있다면, 혹은 애초에 내 아이를 보낼 만한 선택의 다양성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식행위라 치부되기 십상인 지금의 상주교육지원청 학부모 연수 같은 거 말고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어른교육을 통해 학부모의 인식과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아이와 글로벌 인재로 살아가길 바라는 부모 사이의 간극이 좁아져 지금과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강의나 패널토론을 하고 학부모 교사가 경청하는 토론회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렇게그렇게 지역에서 생산한 안전한 먹거리로 급식시스템도 만들고,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워 대도시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에서 진정으로 만족하며 행복하게 잘 살면 안되나?

 

우윤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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